<쉴만한 물가> 나눔방을 소개합니다!
먼저 쉴만한 물가 나눔방 가족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첫째, 앞선 간증의 주인공인 제 친언니입니다.
언니는 20대 후반부터 정신분열증, 즉 조현병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이 나눔방의 방장인 저, 오늘의 간증자입니다.
저는 40대 초반 성인 ADHD라는 진단을 받고 오랜 기간 약물치료를 받았습니다.
세째, 제 대학 후배입니다. 후배는 국비장학생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박사인데도 제대로 된 직장을 얻지 못해 계약직으로 전전하고 있었고, 남편과는 사이가 안 좋아 이혼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2월의 어느 날, 하나님께서 이들과 함께 나눔방을 만들어 보라는 마음을 주셨습니다.
나눔방은 급속히 만들어졌고, <쉴만한 물가> 나눔방이 탄생하였습니다.
언니는 부산에서, 후배는 진주와 서울을 오가는 직장 생활 중에, 지금까지도 얼굴 한번 대면하지 못한 채로 우리는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나눔방을 개설하느라 방장이 된 제가 성인 ADHD 환자인데, 이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남들은 쉽게 공감하고 쉽게 나올 댓글을, 저는 눈치가 없기 때문에 일기를 읽고 또 읽어야 겨우 문맥이 파악됩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공감한다는 것이 여러분들은 쉬운지 몰라도 저에게는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일입니다. 어떤 날은 댓글을 달기 위해 며칠을 고민하고 기도하고 고민하고 기도하고…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 어떤 댓글을 달라 하시는구나 하나님께서 깨닫게 하시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댓글을 달고 나면 어김없이 언니가, 후배가 울컥해서 전화가 옵니다.
돌아보니 <쉴만한 물가> 나눔방은 신의 한수였습니다.
서로 일기를 나누고 댓글을 달아주고, 처방을 제시해주기도 하고, 함께 기도하기를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저희 나눔방에는 너무나 많은 기적같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조현병 약을 먹지만 언니는 분명한 신앙고백을 하고 전도의 부담을 느끼며 제자로 사는 삶을 일기 속에서 고민합니다, 지난 여름, 알콜 중독과 폭력으로 네째 언니를 괴롭히던 형부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네째 언니를 맞아주고 네째 언니 대신 형부를 병간호하고 형부를 치료할 정신병원을 알아봐 준 것이 언니입니다.
직장, 교회, 남편, 시댁에 대해 늘 불만이던 후배는 서울을 오가는 직장생활 중에도 토요일이면 교회에 나가 청소하고 기도실에서 기도하며 기도가 깊어졌습니다. 남편과 여전히 힘들지만 가정에서 나는 죽고 예수로 살고자 몸부림칩니다. 지난 여름 직장에서 계약이 연장되지 못할까 두려워할 때 “왜 두려워하냐” 하는 호통성 댓글에 회개하고 재계약의 문턱을 믿음으로 넘게 된 일로 우리가 다 함께 기뻐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쉴만한 물가> 나눔방 방장인 제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코로나가 발발했던 대구에는 큰언니와 형부 내외가 살고 있습니다. 애통하고 염려가 되어 언니 부부를 위하여 나눔방 가족들과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역시 알콜 중독인 큰형부를 위해 홍삼을 보내면서 큰언니에게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 기도할께” 했더니 “이 상황에서 누구를 못믿겠노?” 했더랬습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큰형부가 하루 아침에 술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한편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저희 아들은 과도한 입시공부로 우울해 하다 결국 모든 공부를 포기해 버렸습니다. 이 일로 아들과 참 많이 싸웠습니다. 그러다 컴퓨터를 사달라는 아들에게 일주일에 한번 큐티하는 조건으로 컴퓨터를 사주었습니다. 출근길에 힘들어도 아들을 차로 등교시키는데, 딱 그 시간이 극동방송에서 규티인 방송을 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어폰을 꼽고 듣지 않던 아들이 이제는 방송을 들으며 함께 웃습니다. 아들의 귀에 조금씩 말씀을 들리고 있습니다.
딸은 제게 아픈 손가락입니다. 엄마로 인해 ADHD라는 병이 유전되었으니 말입니다.
ADHD이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 실패한 시간, 실패한 인생을 살아온 엄마의 전철을 딸이 밟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하나님, 딸을 도와 줄 친구들을 붙여주세요. 지금 딸의 주위에는, 딸의 약한 부분을 챙겨주며 부족한 부분까지 채워주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자신이 없어 자사고 응시를 포기한 딸이 최근 도전해 보겠다며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딸이 그런 마음을 먹은 것만으로 적어도 딸은 저와는 다른 인생,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인생을 살 것이다 하는 마음이 듭니다.
수년 전 저를 치료한 정신과 의사는 ADHD인 엄마와 자녀들은 떨어져 사는 것이 낫다고 했습니다. 자녀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올 한해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저는 좀더 인내하게 되었고, 좀더 기다릴 줄 알게 되었고, 좀더 아이들과 눈을 맞추게 되었고, 좀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저희 집에는 날마다 새벽까지 술을 마셔야하는 알콜 중독인 남편이 있습니다. 하나님께 우리 집안에 술로 인한 저주가 끊어지게 해달라 기도드렸는데, 큰형부, 네째 형부는 끊게 하셨는데 정작 제 남편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여러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오늘도 나눔방에 기도제목을 올리고, 원망과 분노가 널뛰기 할 때마다 나눔방 가족들의 댓글 위로와 기도 속에 또 하루를 인내하며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바울 사도가 멀리 떨어진 교회들에게 편지를 썼던 것처럼, 우리의 댓글은 서로를 향한 편지가 되어 어려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든든한 밧줄이 되어 서로를 동여맵니다.
올 한해 예수동행교회와 나눔방 교회에서 저는 말 할 수 없는 은혜를 누렸습니다.
먼지와 같이 아무것도 아닌 인생, ADHD로 남편과 아이들에게 매일 분노를 쏟으며 가정의 파괴자로 살아오던 인생, 오랜 세월 하나님을 떠나 방탕과 술취함과 음란과 일중독에 빠져 사람들에게 부딪치는 돌처럼 불편함만 끼치던 저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인생도 하나님께 붙들리고 예수님과 동행하게 되니 가정과 가족을 살리는 인생, 회복의 단을 묶는 인생이 되게 하십니다.
올 한해 예수동행교회에서 참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